가을에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한다. 중학교 이과 수업 시간에 배웠다. 내가 어려워하는 천체 분야다. 선생님이 봄과 가을에는 낮과 밤의 길이가 거의 같고 여름에는 낮이 긴 반면 겨울에는 밤이 길다고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머릿속에서, 좁은 길 위를, 돌멩이가 계속 굴러간다. 움직임이 멈추면 내 발끝이 가만두지 않는다.
지금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게 나는 믿기지 않는다. 우리에겐 움직이는 시간이 낮이고 자는 시간이 밤이다. 그건 1년간 바뀌지 않는다. 계속 움직였다면 계속 낮이었던 것이고, 계속 잤다면 날이 새지 않는 밤이었던 것이다. 새벽이 오지 않는 밤은 없다고 누가 말했던가? 내가 죽으면 그건 끝나지 않는 밤이다.
차토몬치 - <샹그릴라>
다케후미가 카메라를 위로 쳐들었다. 나도 그 기세에 이끌려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본다. 빛의 선으로 엮인 하늘은 전체적으로 오렌지색을 띠고 있고, 구름은 흰색도 보이고 엷은 오렌지색도 보이고 새빨간 색도 보이고 부분부분 다른 색을 띠고 있다. 이 마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오늘 하루 일어난 즐거운 일, 괴로운 일, 행복한 일, 슬픈 일을 모두 흡수하면 분명 이런 색이 되리라고 나는 생각했다.
부럽다,고 생각한다. 상각하는 대로, 마음 그대로 살다니, 부럽다. 리사나 사나도 늘 큰 소리로 와아와아 떠들고 단순하게 사는 듯 보이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다. 절대.
뭐든지 계산해버리는 이 머리, 어디론가 떠나버렸으면 좋겠다.
생각한 것을 그대로 말하는 것과 꾹 참는 것, 어느 쪽이 어른일까? 이렇듯 좁은 세계에서 살다 보면 알 수 없게 된다. 가스미처럼 "그보다 창작 무용할 때 무슨 곡으로 할까?"라고 슬쩍 다른 이야기로 유도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제일 어른다운 방법일까?
나는 분한 마음에 에리카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고, 그러면서도 카레 말고 하이라이스를 먹어야겠다는 말은 잘도 하고, 하지만 "카오리는 이제 없어, 난 미카야"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나는 뭐랄까 좀 더, 내면적으로, 이 사람에겐 중심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게 할 만한 인간이 되고 싶은 것이다.
카오리처럼.
왜 그런지 초조해진다. 사나가 영화부에 대해 했던 말, 배구로 먹고 살 것도 아니라고 말한 류타, 브라스맨드부, 진로 ... ... 이 모든 걸 통틀어서. 이 감정을 초조감이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이크를 쓰지 않아도 될 만큼 큰 도모히로의 노랫소리에 디행하듯 뮤직비디오는 다양한 색깔을 발하고 있고, 검고 묵직한 내 가방은 그 빛을 받아 하나하나 색깔을 바꾼다. 하지만 역시 검정이 가장 강하다.
하지만 역시, 검정이 가장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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